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East Side Gallery

1. 정의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East Side Gallery)는 독일 베를린의 슈프레강 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야외 미술관이자, 분단의 상처를 예술과 자연으로 치유한 대표적인 선형(Linear) 공공 공간[1]이다.

1989년 장벽 붕괴 후 남겨진 1.3km 구간의 콘크리트 장벽에 전 세계 예술가들이 평화와 자유의 메시지를 담아 조성했다. 오늘날 이곳은 역사적 기념비와 현대적 도시 조경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도시 경관(Urban Landscape)으로 평가받는다.

2. 유래 및 역사적 배경 (History)

유래: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라는 명칭은 베를린 장벽의 동쪽(East Side) 콘크리트 벽면에 조성된 야외 미술관이라는 직관적인 물리적 위치에서 유래했다.

분단 시대의 경계선: 원래 이 구역은 동독과 서독을 가르는 장벽 중 동독 측 구역이었다. 장벽과 강 사이의 완충지대는 무단 횡단을 막기 위한 통제 구역인 일명 ‘죽음의 지대(Death Strip)’[2]였으며, 시민들의 접근이 철저히 차단된 삭막한 콘크리트 경계였다.

지금은 공원으로 변신한 장벽의 뒤쪽의 죽음의 지대. 슈프레 강은 당시 서베를린을 향한 자연적인 경계였다. ©고정희

예술적 출발점:
테리 누아르(Thierry Noir)의 저항 (1982년~):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1990년에 공식 개관했으나, 장벽을 예술로 ‘치유’하려는 시도는 1982년 프랑스 예술가 테리 누아르(Thierry Noir)[3]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그는 서독 측 장벽에 최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당시 삼엄한 감시 속에서도 그는 서베를린에 면한 장벽에 최초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둥글둥글하고 만화 같은 캐릭터 그림들은 그의 화풍이라기 보다는 ‘생존을 위한 실용적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동독 국경 수비대에게 발각되기 전에 신속하게 작업을 마치고 도망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적 압박 속에서 선을 최소화하고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형태를 완성하는 자신만의 화법을 개발했다.
조경적 관점에서도 그의 행위는 매우 상징적이다. 사람을 가두고 통제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시각적 위압감을 ‘회화’라는 도구를 통해 무력화하고, 삭막한 도시 경관을 유쾌하고 인간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최초의 전술적 도시 개입(Tactical Urbanism)이었기 때문이다. 장벽이라는 적재덕 경관이 부여한 극한의 환경적 제한이 역설적으로 독창적인 예술과 저항의 상징을 탄생시킨 셈이다.

예술을 통한 도시 재생 (1990년): 테리 누아르가 쏘아 올린 예술적 저항의 불꽃은 1989년 장벽이 무너진 후 마침내 결실을 보았다. 1990년, 전 세계 21개국 118명의 예술가들이 동독 측 장벽에 모여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테리 누아르 역시 이 공식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의 상징적인 인물 벽화를 남겼다. 이로써 단절과 공포를 상징하던 회색 콘크리트 벽은 슈프레강의 수변 경관과 결합하며, 시민들이 평화를 느끼며 거닐 수 있는 공공 산책로이자 생태적·역사적 재생(Urban Regeneration)의 세계적 선례[4]로 완성되었다.

3. 찾아가는 방법 및 공식 정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베를린 대중교통 허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슈프레강 산책로를 따라 걷기 좋은 평탄한 조경 동선을 제공한다.

  • 지하철/지상철 이용 시 (Warschauer Straße 역): S-Bahn (S3, S5, S7, S9) 또는 U-Bahn (U1, U3)을 타고 Warschauer Straße 역에서 하차한다. 역에서 나와 남쪽으로 도보 약 5~10분 정도 걸으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동쪽 시작점에 도착한다.
  • 기차/지상철 이용 시 (Ostbahnhof 역): S-Bahn 또는 열차가 정차하는 Ostbahnhof(베를린 동역)에서 하차한다. 역 남쪽 출구로 나와 도보 5분 거리에 갤러리의 서쪽 시작점이 있다.
  • 공식 웹사이트: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는 현재 베를린 장벽 재단(Stiftung Berliner Mauer)에서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공식 사이트에서 전시 및 장벽 보존에 관한 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가장 오른쪽 그림은 한국 작가 김영란 작품. ©고정희
테리 누아르 특유의 둥근 사람 얼굴. ©고정희


각주

[1] 선형 공공 공간(Linear Public Space): 수로, 철로, 장벽 등 선형의 물리적 요소를 따라 길게 띠 모양으로 형성된 공원 및 광장 공간을 말한다.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이나 서울의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인 예다.

[2] 죽음의 지대(Todesstreifen): 동·서 베를린 장벽 사이에 존재했던 무인 완충지대로, 감시탑, 지뢰, 자동 발사 장치 등이 설치되어 월경을 시도하는 시민들을 통제하던 공포의 공간이었다.

[3] 테리 누아르(Thierry Noir, 1958~): 프랑스 출신의 예술가로, 1980년대 초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베를린 장벽 서쪽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장벽의 물리적 엄숙함을 최초로 해체한 인물이다. 현재 ‘성공한 예술가’로서 자신의 갤러리를 운영하며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4]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의 역사적 보존과 주변 수변 공원(Spreeufer Park) 조성 사업은 파괴된 근현대사 유적을 생태적 휴식처와 결합하여 도시 이미지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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