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의 건축 광고
건축 광고는 베르나르 추미 Bernard Tschumi (*1944)가 1976-1977 사이에 개발한 일련의 그림 엽서 크기의 “광고지”를 말한다. 영화 포스터를 모방하여 그림과 텍스트로 구성되었으며 하나하나가 매우 도발적인 건축선언서이다. 추미는 당시 사회분위기를 그룹이 분리되고 결속성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런 배경 하에 공간체험의 직접성과 이론의 분석성을 서로 대비시켜 양자간의 간극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만들어 세운 건축은 유일하지만 건축 광고는 마음대로 복사할 수 있다. 특정한 욕구를 표출하는 도구로는 건축 그 자체보다 더 적절할 수 있다. 추미의 쇼킹한 건축 광고는 건축물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에 대한 도전적인 명제들을 던지는 기능을 한다. 말하자면 특정 건축이 아니라 건축 그 자체를 광고하는 것이다.
추미는 건축 이론가이며 교육자로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혁신적 접근법과 도발적 건축이론은 1980년대를 지배한다. 상황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은 추미는 전통적인 건축 드로잉 기법은 건축이용의 공간 점령이라는 속성과 이벤트 개념을 배제한다고 논한다. 그는1981년에 발표한 이론서 “The Manhattan Transcripts” 에서 공간적 표현과 표기법 (그림과 텍스트) 의 대안을 보여준다.
건축도 일종의 상품이므로 광고의 당위성은 존재한다. 건축 광고를 해서는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그는 그렇게 묻는다.
건축 광고 1탄 : “건축의 고마움을 알기 위해서 살인을 저질러야 할 수도 있다.” 히치코크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추미의 광고지 1탄. 힘 없는 노년의 여성도 고층 건물의 창문을 이용하면 힘 센 남자를 살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건축이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건축 광고 2탄 : “이 건물 (르 코르뷔제의 유명한 사보이 빌라)에서 유일하게 건축적인 것은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축은 사회가 요구하는 형태를 부정할 때에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역사가 정해 준 경계를 넘어설 때에만.
건축 광고 3탄 : 추미의 건축 광고 3탄. 빌딩의 감각성. 아무리 합리적으로 지어진 건물이라도 감각이 넘나들지 못할 곳은 없다. 건축은 궁극적으로 에로틱한 행위이다. 건축을 절정으로 몰고가면 합리적 흔적과 감각적 체험을 모두 보여준다. 동시에.
건축 광고 4탄: 가면. “건축은 가장하기도 하고 가면을 벗기기도 한다.” 방 안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는 증거가 잔뜩 나왔다. 경찰의 이론에 의하면 살인자가 희생자와 함께 집으로 갔다고 한다. 이 조용한 거리의 주민들 중 누구도 그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살인 후 떠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건축 광고 5탄: 밧줄과 규칙, 과한 열정은 언제나 일련의 규칙들을 내포한다. 이들을 즐기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건축은 규칙이 매우 복잡한 게임이다. 이 규칙을 깨거나 아니면 수용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이런 규칙들은 풀리지 않는 수많은 매듭과 같아서 마치 에로틱의 게임과 같다. 매듭이 많을 수록 더 흥분된다.
건축 광고 6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건축 요소 간의 충돌이 관건이 아니다. 그 보다는 그들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 욕망이 관건이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중 계단 아래서 말론 브란도가 부르는 소리에 나와 보는 킴 헌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그의 욕망에 찬 목소리에 그녀가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목차
참고 자료 / 관련 링크
© 서양정원사 백과/건축/베르나르 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