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리버만 빌라 정원

자화상 1925년. 유화 112 x 89 cm, 베를린 국립미술관 소장. Public Domain.

독일 베를린 출신의 사실주의 화가 막스 리버만Max Liebermann(1847-1935)이 20세기 초 베를린 교외의 반제 호숫가에 지었던 여름 별장과 정원. 1995년 문화재로 지정. 2002년경부터 복원 시작. 2006년 빌라가 먼저 완성되어 오픈하고 정원은 2014년 최종적으로 오픈했다.

현재 리버만 빌라로 불리며 기념관 및 전시장으로 이용. 비영리단체인 리버만 협회에서 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복원 작업이 매우 성공적이었을 뿐 아니라 다양하고 수준 높은 전시 프로그램과 강연회 등의 이벤트, 출판사업 등을 통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방문객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

리버만의 화가로서의 명성 때문만이 아니라 빌라 건축과 정원양식이 당시 유행했던 절충식을 따르지 않고 독창적으로 설계되어 문화사적으로도 높은 의미를 가진다. 그뿐 아니라 리버만이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장소. 그의 말년에 나치가 정권을 잡게 되었다.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계의 지도자로서 명성을 누렸던 그가 순식간에 모든 지위를 잃고 사회에서 외면당한 채 외롭게 사망했다는 점에 대해 지금 베를린 시민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듯하다. 당시 게슈타포에서 그의 장례식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그와 친했던 수많은 예술가 중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1867-1945), 게오르그 콜베 Georg Kolbe 등은 장례 행렬에 참가했다.

리버만 사후에 나치 정권이 빌라와 정원을 형식상 매입했으나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으므로 몰수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의 딸은 미국으로 도주할 수 있었으나 연로한 미망인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자살의 길을 택했다.

빌라는 2차 대전 당시 야전 병원으로 이용되었다가 미국에 사는 딸에게 되돌려 주었다. 손녀가 베를린 시에 매각. 이후 오랫동안 요트 클럽에게 임대해 주었다. 1995년 결성된 리버만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 빌라와 정원을 복원, 기념관을 설립할 것이 결정되었다. 정부 보조금 없이 순수하게 후원금으로만 복원 작업이 이루어진 것 역시 특기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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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빌라, “내 작은 성”


Max Liebermann Villa am Großen Wannsee, Berlin. © Jeonghi Go

1909년 62세의 막스 리버만은 본래 살던 베를린 중심지의 번잡함을 떠나 교외에서 조용한 전원생활을 영위하고자 당시 개발 중이던 반제 호숫가 빌라 단지에 약 7천 평방미터 규모의 필지를 매입했다. 건축 설계는 바로 이웃 빌라를 설계했던 오토 바움가르텐 Otto Baumgarten(1873-1946)에게 의뢰. 리버만의 요구에 부응하여 2층의 고전주의 빌라양식으로 디자인했다. 당시 풍미했던 복잡한 절충양식 또는 역사주의 풍을 거부하고 심플하고 우아한 고전주의로 회귀한 것이다. 입면 중앙에 두 개의 기둥을 세워 고전적 주랑현관(포르티코Portico)을 암시하는 데 그쳤다. 빌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네 개의 기둥을 세웠더라면 비율이 맞지 않아 우스꽝스러웠을 것이다. 그 외에도 철저한 좌우대칭과 황금률을 적용했다.

필지가 좁고 긴 형태이므로 건물을 중앙에 배치하여 전면과 후면에 거의 같은 크기의 정원 공간이 형성되었다. 집과 정원의 일체감을 추구, 정원의 중앙축이 집을 통과하여 반대편 정원의 호수까지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축이 통과하는 1층 중앙 홀을 식당 겸 응접실로 이용하여 식사 때 앞뒤 정원이 내다보이도록 배려한 것이다. 훗날 막스 리버만은 그의 빌라를 “내 작은 성”이라 불렀다.

기념관

1층의 식당에는 복원 후에도 본래의 개념을 이어받아 카페테리아가 들어섰다. 그 외 협회 사무실, 관리실 등의 용도로 이용하고 있다. 2층은 전시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중 리버만의 작업실에는 그의 정원 그림들이 상시 전시되고 있다. 나머지 공간에서는 리버만 또는 리버만의 시대와 관련된 여러 특별 전시가 개최된다. 범위가 한정되어 있음에도 다양한 전시 테마를 도출해 내고 있으며 주제별로 매우 정교하고 심도 있게 다루어 호평을 받고 있다.

정원


리버만 정원의 대명사처럼 취급되고 있는 자작나무 숲길. 그의 그림에 묘사된 상태 그대로 복원. © Jeonghi Go.

정원은 함부르크 시립 미술관장으로서 정원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알프레드 리히트바르크 Alfred Lichtwark(1852-1914)의 조언을 받아 막스 리버만이 직접 디자인했다. 거의 두 사람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다. 리히트바르크는 당시 풍경화식 정원 양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던 독일 정원을 혁신해 보려는 야심을 가졌었다. 이때 친구가 호숫가에 땅을 사서 정원을 만들겠다고 조언을 구하자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겼던 것 같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관계로 두 사람이 자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긴 어려웠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편지를 써서 의견을 교환했는데 그 편지들이 전해지기 때문에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나누었는지 되짚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꽃 테라스 맞은편에 오소리 분수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조형예술가 가울Gaul에게 의뢰하여 완성된 작품이 도착했을 때 그 소식을 들은 리히트바르크는 조형물을 세우기 전에 판지로 모형을 떠서 여기 저기 세워보고 그림자 위치를 관찰한 뒤 위치를 확정하라고 조언했다.

그 결과 리버만 빌라 정원은 20세기 초 독일의 정원디자인을 혁신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양식들을 절충하여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절충한 방식이 매우 절묘했다. 여러 요소들을 하나의 전체로 만들어 낸 연금술사의 솜씨가 엿보이는 정원이다.

빌라 후면의 테라스 정원. 호수가 시원하게 내다 보이도록 설계. 오른쪽에 자작나무 숲길. 왼쪽에 보스케(옥외실). © Jeonghi Go

하나의 시각 축으로 연결하긴 했지만 빌라 전면과 배면의 정원 개념은 사뭇 판이하다. 전면에는 함부르크 네덜란드 등 북부 여행지에서 보았던 농가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채소밭과 꽃밭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정원 중심부에 실용정원을 배치하는 것은 다시금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연결되었던 정원 전통이다. 채소, 약초와 꽃을 직접 생산하여 썼던 시대였으므로 쉽게 관리하고 관찰할 수 있는 위치에 실용정원을 배치했었다.

정원 중앙 길 양쪽엔 좁고 긴 화단을 배치하여 꽃을 심고 그 뒤쪽으로 채소를 심었다. 괴테가 좋아해서 바이마르에 있는 자신의 정원에 심었다는 꽃들, 아욱 Malva, 제라늄, 달리아, 패랭이꽃 들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호수에 면한 후면 정원은 프랑스 베르사이유에서 영감을 얻어 물을 향해 천천히 내려가는 노단식 정원으로 꾸몄다. 바로크 정원 조성의 원칙을 3천 평방미터의 좁은 공간에 매우 성공적으로 적용했다고 밖에 달리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 집에서 물까지의 높이 차가 약 칠 미터. 이를 삼단계로 나누었다. 차를 마시는 테라스를 높게 세우고 그 하부에 꽃 파르테르를 배치했다. 거기서 몇 계단 내려가면 넓은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중앙에 자작나무가 한 그루를 비스듬히 심어 그림같은 정격을 연출했다. 잔디밭 양쪽 가장자리는 각각 보스케(녹색 방)와 자작나무 산책길로 마무리 했다. 좌측의 보스케는 다시금 세 개의 옥외실로 구성했는데 이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했다. 자작나무 길이 매우 생소한데 자작나무는 이 지역의 대표적 수종일 뿐 아니라 리버만이 무수히 그림으로 그려 남긴 덕에 자작나무길이 없는 리버만 빌라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리버만은 빌라와 정원이 완성된 1914년부터 193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마다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약 이백 점의 정원그림과 수많은 그래픽을 남겼다. 그의 사실주의적 화풍 덕으로 훗날 정원을 복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정원 복원은 정원문화재 복원 전문가로 착실하게 경력을 쌓은 베를린의 조경가 라이날드 에커르트가 맡았다.

리버만 가든플랜. © Reinald Eckart

 

포토 갤러리


 

 

방문 정보


 

주소:

  • Liebermann-Villa am Wannsee
    Colomierstr. 3
    14109 Berlin

개장 시간

  • 겨울 (10월 초에서 3월 말): 매일 11-17시 (화요일 휴관)
    여름 (4월 초에서 9월 말): 매일 10-18시 (화요일 휴관)
    화요일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에도 개장. 부활절, 성탄절은 별도로 홈페이지 참고
    http://www.liebermann-villa.de/en/tickets.html

입장료

  • 일반인: 8 €
    할인 (학생, 실업자, 베를린 패스 소유자, 장애우) 5 €
    14세 이하 무료
    가족 티켓: 18 €
    그룹 티켓 (8명 이상): 7 €/명
    가이드: 4 €
    멀티 미디어 가이드: 4.50 €

 

찾아가는 길

  • 반제역 (S-Bahn Wannsee)에서 버스 114번 Hakeshorn 방향 승차 (역사 맞은편 정류장에서), Liebermann-Villa에서 하차 (빌라 바로 앞에서)

 

주변에 가 볼만한 곳: 

  • 반제 회의 하우스 Haus der Wannseekonferenz: 1942년 나치 수뇌들이 모여 유대인 학살을 결의했던 호화 별장. 현재 홀로코스트 추모관.
  • 하케스호른 테라스 Hakeshorn: 반제 회의 빌라에서 도보로 5분 거리. 반제 호수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음.

 

 

 

 

참고 자료


  • Braun, G.&W. (hrsg.), Max Liebermanns Garten am Wannsee und seine wechselvolle Geschichte, Berlin Nicolai 2008
  • Liebermann-Villa am Wannsee Website 
  • Wikipedia.de/ Max Liebermann 

 

© 서양정원사 백과/장소/독일/베를린/막스 리버만 빌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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