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쪽: 이집트 왕들의 네크로폴리스 necropolis

데이르 엘 메디나. 진리의 장소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집트 룩소르 서안에 조성되었던 산자와
죽은 자들의 도시. 수 백년 동안 왕묘를 만들던 예술가들과 일꾼들이 거주하고 묻혔던 곳이다. 남북의 두 구역으로 분활되었으며 북쪽은 집단묘지, 하부는 주거지로 구성되었다. © buxhoeveden

첫 장부터 수많은 용어들이 난무합니다. 예를 들어 21쪽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 [이집트의] 하트셉수트 여왕은 소말리아에서 31그루의 유향나무의 분을 떠서 바구니에 담아 들여왔다. 목적은 테베 서쪽에 있는 네크로폴리스 데이르 엘 바하라에 자신의 장제전을 건축하고 제사에 쓸 양질의 유향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 나무들은 결국 죽고 말았다.”

[gap height=”30″]

하트셉수트 여왕이 누구인지도 궁금하지만 소말리아에서 유향나무를 그것도 31그루를 분을 떠서 들여왔다는 대목에서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기록에 남겼던 걸까? 그렇다면 어디에 뭐라고 기록되었을까? 당시엔 소말리아가 존재하지 않았을 텐데 그럼 나라 이름이 무엇이었을까. 그건 그렇고 네크로폴리스는 무엇이고 장제전은 또 무엇인가, 그리고 애써 들여 와 심은 나무들은 왜 죽었을까? 등등 이 짧은 글이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던집니다.

우선 네크로폴리스부터 시작해 볼까요? 네크로폴리스는  죽은 자들의 도시 City of the dead라는 뜻입니다. 용어를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의외로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지 않습니다. 네크로폴리스가 워낙 중요한 고대 문화의 유산이므로 이에 대한 자료가 무궁무진할 것이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네요. 죽은 자들의 도시와 마주하고 싶은 학자들이 많지 않은 걸까요?

실은 아주 흥미로운 책이 한 권 있기는 합니다. “황소는 유럽을 어디로 데려갔을까?”라는 책인데 우선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시킵니다. 1972년 분덜리히라는 지질학자가 쓴 책입니다. 크레타에 있는 그 유명한 크노소스 궁전이 사실은 궁전이 아니고 죽은자들의 도시, 즉 네크로폴리스였다는 주장입니다. 책 후반부에 크레타 뿐 아니라 이집트의 네크로폴리스에 대해서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그 얘기는 미노아 문명을 살피면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홉하우스 여사도 미노아 문명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니까요.

그 외에 네크로폴리스에 대한 발굴보고서나 연구자료들은 수없이 많지만 이를 종합하고 정리한 읽을 거리는 통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몇몇  온라인 백과 사전에서 간단히 설명하고 있을 뿐.

그 중 마이어 백과사전의 설명이 가장 정확한 것 같기에 여기 옮겨 봅니다. “네크로폴리스는 고대의 집단묘지로서 마치 도시처럼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면 집, 도로, 길 등의 위계가 있다.)”

영어 위키백과에는 세계 네크로폴리스의 목록이 나와 있습니다. 국가별로 정리해 놓았는데 이를 보면 네크로폴리스가 상당히 널리 분포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죽은 자들을 묘지에 묻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도시를 짓는다는 고대인들의 내세관 때문일 겁니다. 내세에서도 이승과 똑같은 삶을 산다고 믿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죽은 자들끼리 도시에 모여서 산다고 여겼겠지요. 작가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할 것 같은 흥미로운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서적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습니다.

정원의 역사에서 네크로폴리스를 언급하는 일차적 이유는 이집트의 데이르 엘 바하리 Deir el-Bahari 장제전葬祭殿 때문입니다. 도시의 형태를 이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통파 네크포폴리스라 하기 어렵지만 쟁쟁한 이집트 왕들의 장제전이 모여 있는 곳이고, 인근 묘지에서 40구의  미이라가 발견되었으므로 네크로폴리스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 같네요. 멘투호테프 2세, 투트모시스 3세, 하트셉투스 여왕의 장제전이 나란이 붙어 있습니다. 멘투호테프 2세는 치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은 왕은 아니지만 그의 장제전 앞 광장에서 정원의 흔적이 발굴되어 흥미로운 존재가 되었지요.

그 보다 정원의 역사에서 정말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하트셉수트 여왕입니다. 소말리아에서 유향나무를 들여다 심은 장본인이니까요. 하트셉수트 여왕의 얘기는 다음에 좀 상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아주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참고 자료:

  • Wunderlich, Hans Georg, Wohin der Stier Europa trug. Kretas Geheimnis und das Erwachen des Abendlandes. Anakonda 1972.
  • http://www.enzyklo.de/lokal/42134

© 홉하우스 읽기

댓글 남기기

I foot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