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정원

이슬람 정원은 7세기 중반 아랍 제국의 건설과 함께 기존의 페르시아 정원의 조원 기법을 수용하고 이를 코란에서 묘사한 내세의 파라다이스와 접목시켜 나타난 정원 양식을 일컫는다. 초기 무슬림 정복 전쟁( 622년~750년)과 함께 이슬람 정원 역시 여러 대륙으로 전파되었다.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이베리아 반도, 시칠리아, 키프로스 등 지중해 유역과 동쪽으로는 사마르칸트 동남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널리 분포되었다. 특히 이베리아 반도의 알 안달루스에서 본국과 격리된 채 독특하게 다듬어졌으며 16-17세기 무굴 제국의 정원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다른 정원 양식과는 달리 종교적 상징성으로 인해 지금까지 일관된 양식을 간직한 것이 특징이다.

개념

<이슬람 정원>이라는 개념은 서구 문화의 관점에서 정의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학계에서는 완전히 정립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슬람 세계의 정원>, <오리엔트 정원> 또는 드물게 <아랍 정원> 등을 쓰는 경우도 있다. 안달루시아의 경우 더 이상 이슬람 권이 아니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안달루시아의 무어 정원>으로 칭하기도 한다.1)Kuhnke 1994 또한 이란의 정원을  별도로 <페르시아 정원>으로, 오스만 제국의 정원을 <터키의 정원> 으로 세분화하여 고찰하기도 한다.2)Hassani 2014 마찬가지로 무굴 제국의 정원을 <인도 정원>으로 구분하기도 한다.3)Gothein 2000 즉 이슬람 정원은 이 모든 정원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이며 코란에서 약속한 사후 세계의 파라다이스 정원과 동일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코란의 파라다이스

코란에서 모두 140번 이상 사후 세계의 정원이 묘사된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 물>이다. 신이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드)에게 “나를 믿고 옳은 일을 행하는 자는 물이 흐르는 정원을 얻게 된다고 전하라” 고 명했다고 한다.4)Leisten 1993; 47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 <그치지 않고 흐르는 샘물>은 가장 귀한 선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슬람 정원의 핵심을 이루는 것도 물이 솟는 분수와 그치지 않고 흐르는 수로다. 코란에 정원을 뜻하는 아랍어 개념이 여럿 나온다. 예를 들어  영원한 정원Jannat al-Chuld, 또는 에덴 정원 Jannat ‘Adn,  또는 단순히 피르다우스Firdaus라고도 했다. 후자는 고대 페르시아 어의 정원, 즉 파리다에자Pari-daeza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근대의 파라다이스 개념이 나왔을 것이다.

파라다이스의 샘물, 살사빌을 이승의 방식으로 재현한 수반. 이슬람 정원에 거의 빠지지 않는 요소이다. 물이 샘솟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못이나 수로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 © jeonghi.go

처음에는 사후 세계의 정원을 파라다이스로 일컫다가 이승의 정원도 천국 정원을 투영한 것으로 여겨 이 역시 파라다이스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슬람 세계의 정원은 처음부터 타 문화권의 정원과는 전혀 다른 높은 상징성을 가지게 되었다. 즉, 정원 그 자체가 종교적 상징인 것이다. 코란에서는 파라다이스의 모습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두 개의 정원에 두 개의 정원이 포개지며 (네 개의 정원), 각 정원마다 샘물이 솟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영원히 흐르며 (강, 수로) 과일 나무가 한쌍씩 서 있고(수라 55: 62-68) 물은 향기로우며 과일은 달고.. 등등. 또 다른 묘사에 따르면 네 개의 강에 각각 향기로운 물, 젖, 와인과 꿀이 흐른다고도 했다(수라 47:15). 샘물을 <살사빌Salsabil>5)Salsabiil 또는 Salsabeel로 표기하기도 한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유래하여 수로나 연못으로 흘러 들어가게 디자인 된 수반이 이슬람 정원의 특징적 요소로 나타나게 되었다(외쪽 사진).

 

이슬람 정원의 기본 구조 – 차바그Charbagh 또는 샤하르바그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의 키로스 왕이 파사르가다에에 지었다는 궁전터에서 사분된 정원을 재현할 수 있었다. Source: Penelope Hobhouse 2004. p.14

보통 사분원이 이슬람 정원의 기본 구조로 알려졌다. 이를 아랍권에서는 차바그Charbagh라고 한다. 차바그는 본래 페르시아어로 <네 개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고대 페르시아 정원에서 네 개의 정원을 붙여 짓던 것에 기원한다고 본다. 스코틀랜드의 고고학자 데이비드 스트로나흐가 1960년대 파사르가다에Pasargadae 궁전 터에서 이를 확인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네 개로 나눈 것이 아니라 네 개의 정원이 합쳐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파사르가다에 궁전과 정원은 기원전 6세기 중반에 지은 것이지만 일회성에 그친 것이 아니라 페르시아, 후일 이란의 정원 구조로 확립되었다. 정원 배치도(우측 도면)를 보면 가로축과 세로축이 정원을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눈 것을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길을 축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수로가 기본 축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가로 세로의 축으로 정원의 구조를 잡는 것이 “페르시아 지역에서는 열정에 가까웠다.”6)Hassani 2005;2 정원 정면에 전각을 두고 정원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게 하는 방식 역시 차바그의 중요한 특징이다.

아랍인들이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아랍 제국을 건설할 때 차바그의 원리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16세기 무굴 제국에서 비로소 차바그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7)James Dickie (Yaqub Zaki 1985), The Mughal Garden: Gateway to Paradise. In: Muqarnas. 3, p.128-137 파사르가다에의 차바그가  1960년대에 발굴되어 확인되었으나 그 사실이 정원 연구가들에게도 알려지게 된 것이 199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일 것으로 여겨진다.

 

이슬람 정원과 시문학

시문학은 이슬람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시인들이 정원을 자주 노래하여 정원 자체보다는 정원을 노래한 시문학 유산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남아 있다. 8세기에 안달루시아에서 에미르 왕조를 설립한 압드 알 라만 I세는 시인으로도 불리는데 정원과 식물에 대해 여러 편의 시를 지어 남겼다. 아랍 제국에는 왕실 전속 시인들이 있어 새로운 정원이 조성될 때마다 이를 찬양하는 시를 지어 바쳤으며,  정원 시 경진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는 정원의 종교적 상징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정원 시를 통해 우주와 자연을 노래하고 궁극적으로 신을 찬양하는 것이다. 자연 그 자체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으며 정원을 신의 세계와 비유했고 신의 피조물인 인간을 식물에 비유했다. 8)Leisten 1993, pp. 52-54; 64

이슬람 정원 사례

초기 이슬람 정원

초기 이슬람 정원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최초의 모스크 벽과 기둥을 장식한 파라다이스 묘사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외 시리아 사막, 이라크의 사마라 등에서 9세기에 축조되었던 궁전이나 모스크 유적지를 발굴한 결과 차바그Charbagh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슬람이 종교로서 정립되던 초기에는 코란에서 약속한 파라다이스를 백성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해 다마스쿠스, 예루살렘 및 메디나 세 곳의 모스크에 모자이크로 파라다이스를 그려넣었으며 코란의 구절을 그 옆에 새겼다. 현재는 다마스쿠스 모스크의 모자이크만 일부 남아 있다. 당시 사초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모자이크가 일반 풍경이나 식물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코란의 파라다이스를 표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9)Leisten 1993; 51

 

이라크 사마라의 발쿠바라 궁전 복원도. 830년경에 축조됨. 차바그(사분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Drwing: Ernst Herzfeld. 1911-1913 Source: Smithsonian Institution Herzfeld Collection.

 

티무르 제국(1370-1507)의 정원

티무르가 건설했다는 전설적인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정원 자체는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스페인 출신의 특사가 쓴 견문록, 티무르의 증손자 바부르가 쓴 자서전에서 매우 상세히 묘사하고 있으나 티무르 제국의 멸망과 함께 정복 세력에 의해 파괴되었거나 낙후되어 자취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티무르가 사마르칸트 등에 건설하게 한 환상적인 모스크 건축은 후일 복원되어 지금도 감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반면 정원은 아쉽게도 복원되지 않았다. 지금 이란의 이스파한의 이맘 광장이 본래 티무르가 조성했던  정원터를 확장하여 만든 것인데 티무르 시대의 전각 하나만 남아 있다. 티무르 시대의 정원은 바루르 황제를 통해 무굴 제국의 정원에 계승된다.

무굴 제국의 정원

무굴 제국을 설립한 바부르 황제는 정원 예술과 식물 재배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자서전 바부르나마에서 티무르 제국의 정원을 자세히 묘사했다. 가장 후대의 무굴 제국(1526-1858)에서 조성한 정원이 현재 가장 많이 남아 있다.

  • 바부르 정원, 아프가니스탄 카불. 1528년 조성
  • 핀 정원, 이란 카샨, 16세기 초
  • 후마윤 영묘, 인도 델리, 1570년 조성
  • 샬리마르 정원, 파키스탄 라호르, 1642년 완성
  • 타지마할, 인도 아그라, 1653년 완성

 

안달루시아의 무어 정원

지리적으로 아랍 제국과 격리된 상태에서 고유한 양식을 발전시켰으며 정원 유산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거나 복원되었다. 아랍 제국의 정원처럼 규모가 크지 않은 대신 매우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 헤네랄리페, 스페인 그라나다 (오리지널 13세기, 20세기 초에 이슬람 양식으로 복원)
  •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들, 스페인 그라나다
  • 오렌지 중정, 코르도바
  • 알카사르 정원, 코르도바와 세비야

 

이미지 갤러리

 

참고 문헌


  • Gothein, M. L. (2000): Indische Gärten: Gebr. Mann.
  • Hassani, S. A. (2015): Der islamische Garten: Eine Entwicklung über mehrere Kontinente: BACHELOR + MASTER PUBLISHING.
  • Henning, Max; Hofmann, Murad Wilfried (1998): Der Koran. Arabisch – deutsch. Kreuzlingen: Hugendubel.
  • Kuhnke, Rainer W. (1996): Die maurischen Gärten Andalusiens. München: Eugen Diederichs Verlag.
  • Leisten, Thomas (1993): Die Gärten des Islam. Das islamische Paradies als Idealbild des Gartens. In: Hermann Forkl (Hg.): Die Gärten des Islam, S. 47–55.

 

Web:


 

©서양 정원사 백과/이슬람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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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 + ]

1. Kuhnke 1994
2. Hassani 2014
3. Gothein 2000
4. Leisten 1993; 47
5. Salsabiil 또는 Salsabeel로 표기하기도 한다.
6. Hassani 2005;2
7. James Dickie (Yaqub Zaki 1985), The Mughal Garden: Gateway to Paradise. In: Muqarnas. 3, p.128-137
8. Leisten 1993, pp. 52-54; 64
9. Leisten 1993; 51
I footn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