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지 Salvia officinalis
발라프리드 슈트라보가 노래 한 라이헤나의 약초원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이 세이지이다. 세이지는 학명으로 살비아 Salvia라고 하는데 이는 라틴어의 살부스salvus에서 기원한다. 건강하다는 뜻이다. 또한 살바레salvare에서 온 것으로도 볼 수도 있는데 이는 “구원하다” 혹은 “치료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세이지를 많이 볼 수 있다. 약초보다는 관상용 야생화로 많이 심는다.
세이지는 허브를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기관지에 좋아서 전통적인 목사탕 재료로 널리 쓰인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도 세이지가 등장하는데 플로렌스 귀족들이 칫솔대용으로 썼다고 한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스카버러 페어라는 노래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매 소절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엔 타임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이란 구절이 반복된다. 이 스카보로 페어는 본래 중세로부터 전해지는 영국 발라드이다. 그걸 사이먼과 가펑클이 편곡하여 히트곡이 된 것이다. 여기 나오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그리고 타임 모두 허브이다. 파슬리는 서양 요리에 꼭 얹어 나오는 곱슬곱슬한 약초이고 세이지가 바로 우리의 세이지이다. 로즈메리는 로즈마리를 미국식으로 발음해서 그리 된 것일 테고 타임은 우리나라의 백리향과 같은 것이다. 백리까지 향이 퍼진다는 엄청난 방향식물이다. 이 노래에서 가사와는 아무 상관없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엔 타임” 하고 부르는 것은 일종의 주술이다. 이는 이들 약초의 상징성과 관계가 있다.
파슬리는 소화를 돕기 때문에 음식마다 집어넣는다. 우리의 파나 마늘 같다고나 할까. 쓴 맛을 줄이기도 한다. 그리고 주술에도 쓰였던 식물이다. 세이지는 힘과 지구력을 상징한다. 로즈마리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고 백리향은 용기를 상징한다. 옛날 기사들이 전쟁을 떠날 때 방패에 백리향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노래 가사를 보면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려거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일들이 모두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러니까 이 주문을 반복해서 읊으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되고 원하던 연인과의 재회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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