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문의 서천 정원 The Garden of the west
이집트 서테베의 죽은 자들의 도시에서 발견된 네바문의 석묘의 벽화에 그려진 정원을 말한다. 낙원과 같은 저세상의 정원을 보여 준다. 그림의 오른 쪽 상단에 보면 돌무화과나무에서 여신이 나타나 무덤 주인에게 과일을 주며 환영하고 있다. 이 여신은 환생을 책임지고 있는 하늘의 여신 누트Nut 이다. 이는 정원이 저 세상에 속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다.
중앙에 연꽃이 피어있는 장방형의 대형 연못이 있다. 연못에는 물고기들이 가득하며 오리 두 마리, 이집트 거위 두 마리와 새끼거위 세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물고기는 틸라피아Tilapia라고 하는 아프리카에 흔한 물고기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못가에는 파피루스 외에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확실치는 않지만 빨간 꽃이 반원형으로 배치된 것은 양귀비일 것이며 흰 꽃이 핀 것은 캐모마일Artemis cotula이거나 개꽃아재비Artemis arvensis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콘플라워일 수 있다. 이 꽃들이 자라는 연못가는 지금 회색으로 변했지만 본래 녹색이었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흰줄은 연못가 화단의 경계를 나타낸다.
그 다음으로는 나무와 덤불들이 묘사되어 있다. 나무는 모두 4 종이다.
1. 연못 아래 쪽:
-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 3그루가 열매를 가득 달고 있다. 열매의 숙성기를 단계적으로 보이기 위해 색을 달리했다.
- 그 사이사이에 돌무화과 나무Ficus sycomorus (빨간 열매)와 무화과 재배종 Ficus carica (노란 열매)가 각각 서 있다.
- 돌무화과처럼 보이나 열매를 달지 않고 있는 나무
2. 연못 위쪽:
- 둠야자, Dom Palm Hyphaene thebaica
나무 하부에는 맨드레이크가 열매를 잔뜩 단채 자라고 있다. 연못 하부의 가장 왼쪽에 있는 관목은 포도나무다. 역시 열매를 가득 달고 있는 포도나무가 여러 군데 그려져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죠반니 다테나시가 그림을 뜰 때 상형문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못 오른쪽, 누트 여신이 있는 위치에 긴 텍스트가 쓰여 있었을 것이다. 대개는 여신이 주인을 반기는 시와 함께 주인의 생애와 업적 등을 기록하는데 바로 이 부분이 잘라져 나갔으므로 네바문의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왼쪽 가장자리의 텍스트 부분도 잘려 나갔다. 왼쪽 상단에 보면 빨간 세로줄이 세 개 나란히 쳐있으며 줄 사이에 상형문자가 적혀있던 흔적이 있다. 글씨가 거의 지워져서 알아보기 힘들지만 다른 무덤의 벽화들과 같은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그 왼쪽에 서 있는 커다란 돌무화과 나무이다. 여기서도 실은 나무의 신이 나타나 네바문과 그의 아내를 반기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대개 이런 벽화에는 누트 여신이 혼자 등장하는 경우는 없으며 그림의 좌우에 동시에 나타난다. 예를 들면 소배크호텝Sobekhotep의 무덤 (TT 63)에 거의 흡사한 그림이 있는데 이를 보면 좌우에 무덤주인과 그의 아내가 앉아 있고 각각 신이 내세로 맞아들이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돌 무화과로부터 누트 신이 나와 무덤의 주인, 필경사, 세곡관리자 네바문에게 말한다.”
대개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나무가 말을 거는 것을 tree’s speech라고 한다.
정원 장면은 테베의 벽화에 흔히 등장하는 모티브는 아니며 몇 개 발굴된 정원 그림들은 각각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림에서는 알아볼 수 없지만] 네바문의 벽화에서 네바문이 마치 왼쪽으로 정원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려져 있는데 이로 미루어 보아 그림이 벽의 왼쪽에 위치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현재 남아 있는 그림은 큰 그림의 일부였다. 현재 남아 있는 그림, 그림 전체를 완성한 것, 연못 디테일, 누트 여신이 나타나는 돌무화과 나무 등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참고 자료
- Parkinson, R. B. (2008), The Painted Tomb-chapel of Nebamun, British Museum Press.
© 서양 정원사 백과/이집트 정원/네바문의 서천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