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식물을 찾아서

그리스나 로마의 경우 고대 정원에 심었던 식물들을 규명하는 작업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고대에 이미 약용식물도감이 집필되었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의약학과 식물학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해 왔기 때문이지요. 지금 이용되고 있는 식물과 고대의 식물 사이에 별반 큰 차이가 없었고 언어 역시 해석상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의 경우엔 상황이 좀 다릅니다. 기록이 남아있다고는 해도 상형문자나 쐐기문자를 새롭게 해독해야 한다는 문제가 동반하죠.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불리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자생하는 식물의 종류가 극히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만큼 부족한 부분은 다른 곳에서 조달해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식물 수집에 열을 올렸으며 재배기술도 일찌감치 발달할 수 있었죠.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분벽화, 파피루스 문서 등을 통해 많은 식물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만큼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음을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물론 식용이 우선이었겠지만 기록으로 남은 것들을 보면 대게 약용식물과 종교적 의식에 쓰였던 신성한 식물들 그리고 이집트에서 유난히 중요시 여겼던 장례의식용 식물들에 대한 정보가 많습니다. 신전에서 소모하던 식물의 양만도 엄청났다고 하죠. 늘 신들에게 꽃과 열매를 제물로 바쳤으며 제단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매일 태우는 향과 미라에 필요한 유약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일찌감치 전문적인 식물재배원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수요를 채울 수가 없어 홍해 유역 국가와 인도에서 엄청난 양의 향료를 수입했다고 합니다. (수잔네 피셔 리치Susanne Fischer-Rizzi (1996): 하늘에 보내는 메시지Botschaft an den Himmel. Irisiana, pp. 66-70)


식물자료 소스

고분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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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 마니헤; 이집트의 약초. 대영박물관 출판부. 1989

고대 이집트는 사막에 석묘를 무수하게 만들었었죠. 그 석묘의 벽화를 보면 유향나무를 외항에서 선적하는 장면, 심고 기르는 장면, 가공하는 장면, 향을 신에게 봉헌하는 장면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포도재배에서부터 파피루스 가공과정까지 고분벽화는 실로 식물연구를 위한 도서관이라 할 만큼 다양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죠. 다만 이집트 상형문자로 되어 있는 수천 년 전의 식물 명칭과 지금의 명칭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식물의 종을 정확히 규명하는 작업이 선행해야 했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겠죠. 리제 마니헤 Lise Manniche라는 덴마크의 여류 학자가 고분벽화를 모두 분석하여 약 90여종의 식물명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약초An Ancient Egyptian Herbal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판했죠. 참고로 마니헤 박사는 이집트 문화에 대한 책을 무수히 발표했습니다. [덴마크 분이기 때문에 그분 성함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확실히 모릅니다. 아마도 마니헤가 가장 근접할 겁니다.]

의약 파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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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테 게르머; 고대이집트의 약용식물교본. 하라소비치 출판사 2008

영원한 삶을 추구했던 만큼 이집트 의술 또한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약물이 식물에서 얻어지는 것이므로 약용식물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할 수밖에 없었겠죠. ‘예언자’라고 불렸던 이집트 의사들은 방대한 분량의 파피루스 의약서를 남겼습니다. 이 파피루스에는 각 약용식물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약물제조법, 처방전 치료법, 외과시술법 등을 기록되어 있으며 처방할 때 외워야 하는 주문도 적혀있지요. 위의 고분벽화에 이어 바로 이 의약서들 또한 이집트 식물연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서기 60년 경, 고대 그리스에 유명한 의사며 약리학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페다니오스 디오스코리데스입니다. 그는 이웃나라 이집트의 약용식물을 열심히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약물에 대하여⌋라는 저서를 써서 이집트 약초들을 소개했죠. 파피루스의 초본서나 처방전 역시 상형문자로 되어 있고 그림이 첨부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술 내용을 바탕으로 범위를 좁히고 디오스코리데스의 저서와 비교하여 식물을 하나씩 규명하는 방법을 취하여 지금까지 약 120 여종의 약용식물을 확인했습니다. 독일의 레나테 게르머 Renate Germer라는 여류 학자가 그 힘든 일을 해 냈습니다. (레나테 게르머Renate Germer (2008): 고대이집트의 약용식물교본. Handbuch der altägyptischen Heilpflanzen. 하라소비츠 출판사Harrassowitz Verlag. 비스바덴Wiesbaden.)

그러고 보니 여성들이 식물에 더 큰 관심을 두는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남성들은 왕들의 역사나 전쟁사에 더 관심이 많은 걸까요. 암튼 마니헤 박사가 확인한 90종의 식물을 게르머 박사도 확인했습니다. 이집트의 토착식물이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20 여종은 대단한 숫자라고 보아야 할 겁니다. 본문에서는 이 120여종의 식물을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으므로 대표적인 것 27종만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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