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슬람” 정원이라고 할까?

서양정원사를 논할 때 분명 정치 지리 문화적으로 서구에 포함되지 않는 이슬람권의 정원문화가 늘 함께 언급됩니다. 모든 서양정원사 책에 이슬람 정원 챕터가 포함되어 있지요. 그건 한 편 이슬람 문화가 특히 중세 유럽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며 다른 한 편 이슬람권이 지리적으로 오리엔트에 한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스페인까지 깊숙이 진입하여 팔백년을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유럽은 늦어도 8세기 중반부터 남쪽과 동서쪽 삼방향에서 이슬람권에 에워싸여 있습니다. 이 상황은 15세기말 스페인에서 마지막 이슬람세력이 내몰리고 중앙아시아의 투르크 족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할 때까지 약 8백년간 큰 변화 없이 지속됩니다. 팔백년은 긴 세월이지요. 그동안 지중해 북쪽과 서쪽의 유럽 기독교 문화권은 소위 ‘어두운’ 중세를 지냈고 남동쪽의 이슬람 국가들은 화려한 문명의 꽃을 다시 피우게 됩니다. 지금 21세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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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기 이슬람 분포 상황.  가장 짙은 색: 622-632 (예언자 모하메드 시대). 중간 색: 632-661 (칼리프 시대). 옅은 색: 661-750 (우마얀 시대)  그 때부터 유럽은 이스람 국가들 사이에 끼인 형상이 되었다. Grafik: DieBuche. Source: Wikimedia Commons. License: Public Domain. Thanks DieBuche!

10세기에서 16세기 사이, 기독교라는 하나의 정신체계로 묶여 있던 유럽이 종교 이외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이슬람 문화는 절정을 이루었습니다. 의학 천문학, 철학을 크게 발전시켰으며 이슬람이 없었으면 과연 르네상스가 일어났을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은 정치적으로 이태리에 속하는 시칠리아 역시 당시엔 이슬람권에 속했습니다. 이태리와 그리스의 입장에선 험한 알프스를 넘어야 도달할 수 있는 유럽대륙보다 오리엔트가 지리적 문화적으로 더 가까웠죠.

그러는 사이 고도로 발달했던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유산은 수백 년 동안 잊혀지고 맙니다. 흥미롭게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무슬림들이 먼저 재발견하게 됩니다. 그들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특히 고대 그리스 문화를 활발히 연구했죠. 사실 그리스와 이슬람 권은 지리적으로 무척 가깝습니다. 서로 영향을 받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겁니다. 무슬림들은 고대 그리스의 뛰어났던 철학, 수학, 천문학, 의학, 음악 등 모든 분야의 서적들을 모두 아랍어로 번역하게 됩니다. 그것이 같은 이슬람계의 시칠리아와 스페인을 통해 유럽 대륙에 서서히 전해졌죠.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원천에서 출발했음에도 유럽 기독교인들이 해석한 성서는 학문의 발전을 오히려 저해한 반면 무슬림들의 코란은 학문을 장려했습니다. 역시 코란에 근거를 둔 정원은 이슬람 문화의 핵심을 이루었고요. 이 점은 그들이 남긴 정원유산 뿐 아니라 수많은 그림과 시, 장식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정원관련 서적도 다수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서적들은 이슬람정원문화와 식물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물론 일단 영어나 독일어 등으로 번역부터 되었죠.

실제로 천국에나 있을 법한 아름다운 이슬람정원에 대한 소식이 세상에 전해진 것은 15세기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십자군들이 오리엔트를 드나들었고 교역로를 통한 상인들의 왕래도 잦았지만 15~16세기부터 모험가나 외교관들 사이에서 여행기를 쓰는 게 유행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온 아랍의 필사본과 세밀화들이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인쇄술의 도입으로 복사가 용이해지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상세한 소식들이 좀 더 폭넓게 전해질 수 있었죠.

이슬람정원에 대한 탐구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정원발굴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미처 분석되지 않은 자료들도 많습니다. 특히 고대 페르시아의 정원이 어떤 형태로 이슬람정원과 맥락을 잇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기는 합니다. 정원의 역사를 살필 때 대개는 르네상스 정원, 바로크 정원, 영국 풍경정원 등으로 그 사조를 분류하는데 이슬람 정원의 경우 시대의 흐름에 무관하게 모두 이슬람 정원이라고 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슬람 권 정원 조성의 원칙이 코란에 기인했기 때문에 소위 사분원이라고 하는 기본 원칙을 함부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슬람 문화권의 정원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양식으로 조성되고 있지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늘 다른 것을 추구했던 유럽의 정원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래서 이슬람 권에서 조성되는 정원들은 오래 된 것이나 새로운 것이나 상관없이 모두 묶어서 이슬람 정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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